최선을 다하겠습니다!

최선을 다해서 뭘 할건데? 어떻게 할건데?
다른 직업도 그럴 수 있겠지만 개발자인 나로서는 ‘최선을 다한다’는 말이 그닥 와닿지 않는다.

개발자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? 열심히 검색하기? 열심히 생각하기? 열심히 야근하기? 뭔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렇게 효율이 좋을 것 같진 않다.

내가 생각하는 “개발자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”은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. 적당한 선에서 타협은 할 수 있겠지. 원래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고 오늘 “최선을 다하겠습니다”란 말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결정했다.

개발자들 중에는 원하는 아웃풋을 만들어 낸 시점이 바로 끝인 사람도 있고, 그 시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사람도 있다. “이 변수가 마음에 안들어” “이 루틴은 따로 뺄 수 있을 것 같아” “이 부분은 구조를 바꾸면 더 사용하기 쉽겠어” “이건 내가 사용자라면 불편할 것 같아 등. (여러 의미에서. 가독성이 될 수도 있고, 재활용성, 최적화, 아니면 그 언어의 철학에 맞게 코딩했는지 등) 당연한 말이지만 후자가 더 개발자에 어울리는 사람이다.

더 길게 생각해보면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여기서 끊어야겠다. 사실 얼마전에 Java로 작성된 코드를 구조변경 없이 Swift로 구현해달라고 해서 개발해준 적이 있었다. 그 때 너무 짜증나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클래스명, 함수명까지 그대로 만들어주고 탈출한 적이 있었다. 물론 전~혀 Swifty하지 않게!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도 짜증내지 않고 묵묵히 개발하면서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수정하며 개발하는 것이 “최선을 다한다”는 말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. 아마 관리자들도 이런 개발자들을 더욱 좋아할 듯 하고.

하지만 나의 최선은 그렇게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었으면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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